사회 사회일반

"퇴직률 40% 육박"..시선제본부 '시간선택권 부여 법령 개정' 1인 릴레이 시위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30 11:36

수정 2021.10.31 10:07

시간 선택 못하는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도입 7년만에 임용포기 및 퇴사율 40% 달해
일부 기관, 법령 악용해 강제 시간전환 발령
시선제노조 "개선 권한 가진 인사처가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지난 25일 세종시 인사혁신처 정문 앞에서 정성혜 시간선택제본부 본부장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간선택제본부 제공
지난 25일 세종시 인사혁신처 정문 앞에서 정성혜 시간선택제본부 본부장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간선택제본부 제공
전국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 정성혜 본부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8시부터 세종시 인사혁신처 정문에서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근무시간 선택권 부여를 위한 법령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1인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

정부가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제도를 도입하면서 " 본인이 원하는 시간만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 약속이 7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다.

이 제도는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단시간 일자리 확산을 위해서 2013년 9월 도입됐다. 도입 7년 차를 맞은 올해까지 국가직 1841명, 지방직 4152명을 채용했지만, 작년 말 기준 3809명만이 재직하고 있다. 임용포기 또는 퇴사율이 40%에 육박한다.

시간선택제 '전환'공무원과의 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주 40시간 일하도록 돼 있는 일반직 공무원들은 육아 등의 이유로 주당 업무시간을 줄여 일할 수 있다. 이들은 '공무원이 원할 때' 이용권자와 협의해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다.반면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은 '임용권자가 정한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기관에서 제도를 악용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근무시간을 마음대로 바꾸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시간선택제본부 제공
시간선택제본부 제공
악용 사례로 해양경찰청에 근무 중인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A씨는 기관 요청으로 육아 휴직한 동료의 업무 분장을 받아 올해 4월 5일부터 주 35시간으로 근무했다. 이후 7월 31일 개인 사정으로 육아휴직을 들어가기로 기관에 알렸으나, 대체자가 뽑히기 전임에도 육아휴직 시작 전날인 같은 달 30일 20시간으로 강제 발령을 냈다.

A씨가 기관에 인사고충 심사청구서를 제출했지만, 해양경찰청은 지난 9월 24일 "관계 법령과 인사운영상 필요에 의해 직권으로 조정한 것으로, 현재 법령상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에게 근무시간 선택권을 부여하거나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부결시켰다.

이에 시선제본부에서 해양경찰청에 제도를 악용한 사례라고 문제 제기를했지만 "인사혁신처에 문의하니 가능하다고 해서 발령했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본부는 밝혔다.

또 다른 악용 사례는 산업통상자원부 민원실에 근무 중이던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B씨다. 작년 12월 말부터 주 35시간(월~목 : 8시간, 금 : 3시간)으로 올해 12월 30일까지 발령받았다.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매주 금요일마다 5시간씩 초과근무하며 "주 35시간으로 계속해서 근무할 수 있는 부서로 이동해 기관에 기여하면서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인사부서에 희망을 밝혔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또 다른 민원실 발령과 9월 8일부터 주 20시간으로 돌아간다는 통보였다.

정부가 2013년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제도를 도입하면서 작성한 보도자료의 내용. '본인이 원하는 시간만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일반직공무원 제도'라고 명시돼있다. 시간선택제본부 제공.
정부가 2013년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제도를 도입하면서 작성한 보도자료의 내용. '본인이 원하는 시간만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일반직공무원 제도'라고 명시돼있다. 시간선택제본부 제공.
시선제본부는 인사혁신처가 이같은 문제해결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무원 임용규칙에 따르면 "인사혁신처장은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등을 대상으로 인사상 고충과 시간선택제 근무 장애요인에 대하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부처에 개선권고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시선제본부는 "각 중앙행정기관의 시간선택제 공무원에 대한 실태조사 후, 제도를 악용해 운용하는 기관에 개선 권고할 수 있으나 인사혁신처가 방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1인 릴레이 시위는 11월 5일까지 계속된다. 오전 8시부터 오전 9시까지 매일 1시간씩 1인 릴레이 시위가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오징어게임 참가자 복장을 착용한다.

시간선택제본부 정성혜 본부장은 "인사혁신처가 임용된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이 모두 퇴직할 때까지 기다리며, 오징어 게임 같은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의 근무시간 유형을 다양화하고,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하며 수당규정도 합리적으로 바꾸는 등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근무시간 유형을 설계하고 △직제상 정원을 정수로 구분하고 직급마다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의 정원을 별도로 표기하는 방안을 강구하며 △실비변상의 성격을 지니는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 명절휴가비, 연가보상비와 초과근무수당 등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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